[쿠바여행기] 바라코아의 변덕스런 날씨, 친찬
로베르토 아저씨와 콜럼버스의 발자국을 둘러 본 후 다시 시내쪽으로 나오던 길에 큰 비를 만났습니다.
안그래도 날씨가 흐려서 느낌이 좋지는 않았지만, 쿠바를 여행하며 머물던 이전의 도시들에서 열흘 정도동안 큰 비를 만난 적이 없기에 방심했었는데, 우산도 없는데 장대비가 쏟아져서 매우 당황했습니다.ㅠㅠ
그래서 바라코아 스타디움으로 발걸음을 빨리 옮겨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죠.
로베르토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바라코아라는 지방 자체가 다른 쿠바의 지역들보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이런 큰 소나기를 그들의 말로 "친-찬"이라고 부른다고 말씀을 해 주시더라구요. 그 말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비가 오는 것을 보며 친찬! 친찬! 이라고 되뇌였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한치앞도 잘 안보일 정도로 큰 비가 왔는데요, (역시 이곳에도 올드카가! 역시 쿠바는 올드카인가 봅니다.) 우리나라의 장마 시즌에도 이정도의 비는 많이 오지 않는 수준의 아주 큰 비였습니다. 하지만 바라코아 주민들에게는 아무래도 일상적인 일인지 저희가 비를 피해 스타디움에 도착했을 때 외출을 하고 있던 많은 바라코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군요.
그들은 비가 오는 것에 불평하지도 않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서로서로 이야기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갑자기 큰 소나기가 온다면 너도나도 우산을 어디서든 사려고 안달이거나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서 데리러 와 달라고 하거나 등 짜증섞인 목소리도 몇몇 들리고 웅성이며 조급해 할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답니다.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였어요.
생각보다 비가 길어져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는데, 로베르토 아저씨께서 길에서 무언갈 주우시더니 보여주며 이것의 이름이 "알만" 이라고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알만? 알만이 뭐지? 무슨 열맨가 하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 것을 직접 까 주시고 나서야 이것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게 뭔지 짐작이 가시나요?
이렇게 바닥에 부딪혀서 열매를 깠는데요, 이 열매는 "Almond", 즉 아몬드였습니다. 쿠바에서는 아몬드를 그렇게 읽나 봅니다. 영어 스펠링을 보니 알만으로 읽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하구요.
아몬드는 껍질이 까진 완벽히 가공이 된 것만 보고, 먹어보았는데 이렇게 껍질이 까지지 않은 아몬드를 보게 되어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바라코아에는 카카오, 코코넛에 이어서 아몬드까지 생산된다니... 여튼 그러나 아쉽게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이라 까 보니 안쪽은 못 먹게 썩어있더군요ㅠㅠ
약 한 시간이 넘게 비가 계속 오다가, 드디어 잠잠해져서 다시 시내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 때가 아침을 먹고 나와서 점심을 못 먹은 상태여서 너무 배가 고픈 상태였는데, 로베르토 아저씨께서 근처에 지인이 하시는 피자집이 있다고 그 곳으로 출발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피자가게로 가는 도중에 주택가에서 다시 비가 와서 잠시 쉬어갈 때 만난 꼬마아이인데, 자꾸 왼쪽과 오른쪽의 신발을 거꾸로 신길래 아니라고 바꿔 신어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줘도 본인이 맞게 한거라고 귀엽게 주장하더라구요. 처음엔 제가 스페인어가 안되다 보니 바디랭귀지로 이야기 해서 못알아 들은건가 싶었는데, 로베르토 아저씨께서 다시 이야기 해 줘도 그대로 꿋꿋히 거꾸로 신는게 맞다고 하더군요. 귀여운 목소리로 맞다고 하는데,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비를 피하는 동안 잠시나마 즐겁게 있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비가 그치고, 피자가게에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말레꼰을 걸을 때에 잘 눈에 띄지 않아서 보지 못했었는데, 바로 말레꼰과 인접해 있는 가게였습니다. 가게 이름은 Costa norte이고, 바라코아의 말레꼰을 시내 반대방향으로 따라서 10분여 쭈욱 걷다보면 사진속의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을겁니다.
이곳에서 먹던 피자는 너무 맛있어서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짭잘한 햄들과 양파와 피망, 그리고 치즈와 약간은 밍밍한 듯한 토마토 소스까지! 비쥬얼은 그다지 맛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피자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으로 맛있었습니다. 게다가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시고 직접 너무 열심히 피자를 만들어 주셔서 바라코아에 머무는 동안 무려 3번이나 방문해서 피자를 먹었었어요. 갈 떄마다 더 맛있게, 더 성의있게 피자를 만들어 주셔서 아직까지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로 말레꼰의 앞이다보니 바다를 바라보며 피자를 먹을 수 있는 것도 너무 큰 장점이였던 것 같아요. 쿠바에 다시 간다면 바라코아만큼은 꼭 다시 가고싶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바라코아의 친찬 덕분에 여행 중 가장 해보고 싶었던 투어 중 하나인 매너티를 볼 수 있는 강 투어는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친찬 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색다른 경험도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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