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코아의 마지막 날, 정들었던 이곳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간단히 먹을거리들을 산 다음 비아술(쿠바의 고속버스)을 타러 갔습니다. 다음 여정지는 쿠바의 중심에 위치한 체게바라의 도시, 산타클라라였는데 바라코아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기에 산티아고 데 쿠바를 경유해서 가는 여정이였습니다.

한 번의 경유, 그러니까 두 버스로 움직이는 시간만 해도 장장 17이 넘는시간의 여정인지라 화장도 하지 않고! 옷은 무조건 편안히! 먹을것도 챙기고! 자전거 택시를 타고 비아술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캐리어를 자전거의 뒤쪽에 묶고! 출발했습니다. 비씨택시(바이스클 택시, 즉 자전거 택시를 말합니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제 자전거를 운전해 주시던 분께서 그 날이 본인의 생일이라고 하셨는데, 괜히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네요ㅠㅠ

그렇게 시간 맞춰 산티아고 행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지난 훔볼트 국립공원 투어 때 만났던 사람들을 만났는데 언젠가 한국도 와 보고싶다며 언제 한국여행을 하는 게 좋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봄가을에 날씨가 좋다고 답해줬습니다. 꼭 한국으로도 배낭여행을 오시길!



낮에 바라코아에서 출발하니 어느 새 밤이 되어서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그날 밤 바로 산타클라라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비아술 정류장 옆에 딸려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카페테리아에서 마신 콜라 한 잔! 고기를 얹은 피자도 먹었었는데 사진이 없네요. 그저 너무 짜디 짰다는 기억만...

그러던 도중 비아술 관계자로 보이는 흑인 오빠?가 헐레벌떡 저희를 찾더니 버스 시간이 됐다며무작정 버스를 타야 한다고 재촉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버스를 급하게 타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버스도 산타클라라를 경유해서 가는 버스이더군요. 저는 산타클라라가 목적지인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구요.

제가 본 시간표 상에는 산타클라라로 가는 버스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여유롭게 있었는데,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리고 비아술 관계자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미안했습니다. 역시 쿠바사람들은 많이 친절합니다!!! 산타 클라라 간다던 작은 동양인 여자애 둘이 버스에 안보여서 온 터미널을 뒤진 듯 했거든요 ㅠㅠ

 


무려 12시간이 넘는 버스 여정이기에 마음 편하게 먹고, 생애 첫 밤버스인지라 기대도 하며 그렇게 산타클라라로 출발을 했습니다. 위 사진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창 밖으로 찍은 사진이네요.


덜컹덜컹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신난다며 저런 다 흔들린 야경사진도 찍고 잘 가고 있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너무 추워서 힘들었습니다. 버스가 고장났는지 에어컨을 줄여 주시질 않더군요. 안그래도 밤새 가는데 추우면 안될거란 생각에 레깅스에, 가디건에, 바람막이까지 입었는데도 너무 추워서 잔뜩 웅크리고 자다깨다 하면서 힘들게 새벽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버스가 도로변에 멈추더니 다짜고짜 탑승객들을 다 내리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무서울 법도 했지만 그저 너무 어이가 없는 일이여서 사람들 따라 비몽사몽 내렸습니다.



짐도 모두 안에 넣은 채로 나와서 마냥 기다리래서 기다리는데, 스페인어를 잘 몰라서 제대로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사람들의 얘기를 귓동냥으로 듣고 물어보기도 하니 버스가 고장난 듯 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있으면 수리가 되겠거니 했는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버스에 타라는 소리는 커녕 짐이 모두 실려있는 버스가 저 멀리 차고지? 같은 곳으로 갔습니다. 아 드디어 제대로 고치는구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또 앉을 곳도 없어서 정처없이 멍하니 서있기만을 한 시간 여...


갑자기 저 멀리서 다른 버스 한 대가 오더니 갑자기 그 차에 타라고 했습니다. 다른 짐들이 앞선 차에 있다고 짐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자 괜찮다며 그냥 타라고 했습니다. 쿠바 사람들 "No Problema!" 라며 문제 없다는 말을 잘 하는데, 저 떄만큼은 너무 무섭고 못미덥고 그랬습니다. 남은 반 이상의 돈도, 옷가지도 뭐도 다~ 제 캐리어에 들어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버스에 타서 그 버스가 정류한 곳은 까마구에이의 정류장이였습니다. 그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니 무작정 또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길거리에서 계속 기다리라고 할 순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까마구에이에서 또 1시간여를 기다리자 원래 제가 타고 있었던 비아술이 도착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2시간여 만에 다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나니 안심되기도 하며 이게 무슨 일을 겪은건지 너무 어이없더군요.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다시 3~4시간을 달려서 산타클라라에 도착했습니다. 추워서 깨기도 하고, 불편해서 깨기도 하고, 고장나서 깨기도 하고.. 그렇게 긴 시간을 버스를 탔는 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잔 느낌이 전혀 없었기에 몸 상태는 저도 동행한 친구도 녹초 그 자체. 둘이 계속 다음부턴 시간이 아까워도 밤버스는 왠만하면 타지 말자고 다짐하며 택시를 타고 산타클라라의 까사에 짐을 풀었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들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새벽에 그 커다란 고속버스가 고장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죠.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으니 정확한 상황도 몰라서 더 불안하기만 하고.. 그래도 별 일없이 지나갔던 사건이니 다행이였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이런 크고작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여행이기에 여행이란 것이 더 재미있고 또 덕분에 많은 상황들에 의연해지는 법을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고마운 것 같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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