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의 마지막 날, 비달 광장 근처를 걷다가 광장 근처의 한 구석에서 무대가 설치되고, 그곳에서 무용수들이 리허설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 공연이 뭔지 궁금해서 관계자로 추정되는 분께 약간의 스페인어와 손짓발짓으로 물어보니 오늘 밤에 까마구에이 발레단의 공연이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전 세계적으로 쿠바는 의외로 발레가 굉장히 유명한데, 그 중 까마구에이의 발레단이 쿠바 전역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유명한 발레 학교가 까마구에이에 있거든요. 

그러나 제가 까마구에이에 머무를 때는 까마구에이 발레단이 전국 순회 공연중인지라 공연을 볼 수 없었는데요, 그 순회 공연 중인 발레단이 우연히 제가 산타클라라에 머무를 때 산타클라라에서 공연을 할 차례였던 것이죠.

물론 까마구에이에서 봤다면 표를 사고 돈을 내고 봤어야 하는 공연이지만, 심지어 이 공연은 무료 공연인지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저녁에 저녁식사를 마친 후 시간 맞춰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무대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발레 공연을 보러 와 있어서 작은 동양인 둘이 구경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상태였습니다 ㅠㅠ 거구의 쿠바노들이 빼곡히 있는지라... 열심히 앞으로 앞으로 나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나마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요.

본 공연 시작 전에 사회자 분이 오셔서 간략한 공연 설명과 발레단 소개, 그리고 감사의 멘트를 해 주셨습니다. 낮에 오늘 공연을 하냐고 물어봤던 그 분이시더라구요.



본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푸른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나와서 현대무용 공연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몸짓들이 마치 푸른 바다를 연상시켰습니다. 




아 사진이 왜이리도 초점이 안맞았을까요....

두번째 공연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쿠바의 역사와 전쟁, 혁명에 관련된 내용같았습니다. 남자 무용수 둘이 나와서 함께 발레공연을 꾸려나가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흰 옷은 미국쪽, 그리고 화려한 색상의 옷은 쿠바쪽을 의미하는 것 같았어요. 둘의 호흡이 아주 잘 맞고, 남자 무용수 둘이 모든 것을 꾸며가는 발레공연인데도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 아주 멋졌습니다.



세 번째는 전통무용 공연이였습니다. 세 명의 여자 무용수가 나와서 지팡이를 들고 아프리카(스러운) 리듬에 맞춰 익살스럽게 추는 춤인데, 무용수들의 눈빛이 너무 강렬하고 연기를 잘 해서 몰입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실 이 공연을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의 카니발 박물관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별 감흥이 없어서 공연에 아주 실망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같은 춤이지만, 전문적인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니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군요.

 


그 다음 공연은 남녀 여럿이 나와서 함께 추는 살사댄스 공연이였습니다. 돌아가면서 흥겨운 리듬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현란한 스텝에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쿠바 여행을 다녀온 후,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살사는 쿠바사람들에게 그들의 삶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꼭 맞다고 생각을 한 게 이 공연을 보고 난 후였습니다. 공연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춤추고 리듬을 타더군요.

그리고 사실 마지막 한 공연이 더 있었는데, 너무 몰입을 해서 공연을 보게 된 나머지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남성 무용수 한 명이 나와서 전통 무용을 보여주셨는데, 그 분의 분노와 슬픔이 섞인 눈빛과 몰입감에 조금 과장하자면 숨쉬는 소리도 내면 안 될 것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저런 분이 진짜 진정한 무용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우연히 접하게 된 공연이였지만,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쿠바에서 까마구에이 발레단의 공연을 한 번쯤은 보는게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던 공연이였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접해본 무용들과는 차원이 다른 정도의 전문적인 느낌들과 몰입도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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